• [탐라유랑] 체오름, 신(神)의 성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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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김동일 객원기자
  • 12.03.28 11: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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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오름, 신(神)의 성채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디엔가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고, 제주가 아름다운 것은 여기저기에 오름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과언이 될까. 제주의 오름들은 368개가 넘는다지만 그 많은 오름들은 서로 닮으려 하지 않고 제각각 자기만의 특별한 풍모를 과시한다. 모양이 다르고 분위기가 다르고 그래서 오름들마다 풍기는 맛이 다르고 멋이 다르다.
 그 특별한 것들 중에서 체오름은 유별나게 특별하다. 체오름에 들어서면 체오름의 '체'라는 말이 곡식을 키질하는 체나, 삼태기를 의미하는 제주 사투리 골체의 체에서 왔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체오름의 휘어진 산등성이의 곡선이나 그 수직 절벽을 보노라면 체오름의 모양새는 영락없이 제주도 골체를 닮았다.

 


 체오름은 구좌읍 송당리와 덕천리의 경계에 걸쳐있다. 송당 대천동 사거리에서 송당방향으로 2km쯤 북동진하면 송당목장 입구가 나온다. 송당목장 입구 맞은편으로 좌회전하여 비포장 도로로 들어서면 오른편으로 오름들이 마중 나온다. 첫 번째가 거슨새미, 두 번째가 안돌오름, 세 번째가 체오름이다. 입구를 제대로 찾았다면 등반로는 철탑 아래를 지나 시작된다.
 체오름은 전형적인 말발굽형 오름이다. 등반로는 등성이를 따라 U자 모양을 하고 있고, 체오름을 등반한다는 것은 제주도 골체의 가느다란 손잡이 테두리를 따라 걷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끔 시야가 막히기는 하지만 등반 내내 오른쪽으로는 체오름의 분화구를 볼 수 있고, 왼쪽으로는 제주의 오름 풍경이 펼쳐진다. 등반을 시작할 때 왼쪽에 쌍둥이 형제처럼 오붓하게 붙어있는 오름은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이다.

 

 


 등성이를 절반 쯤 걸었을까. 체오름은 비로소 그 본색을 드러낸다. 왼쪽으로는 한라산까지 내달리며 펼쳐진 광대한 오름 풍경, 오른쪽으로는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천연림의 아찔한 수직절벽, 그 풍경에 홀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체오름은 위험한 곳이라는 생각이 벼락처럼 달려든다. 휘어지며 다다른 정상은 용트림하며 날아오르는 용머리 같았고, 우리는 그 머리를 밟아 용의 심기를 거슬렸고, 분노한 용은 당장이라도 우리를 심판하여 절벽 아래로 던져 버릴 것 같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위엄과 공포가 산을 휩싸고 도는 곳이 골체오름이고, 골체오름의 진미는 분화구이다. 등반을 끝내고 분화구 안으로 들어서면서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분위기는 더욱 삼엄해진다. 분화구의 절벽에는 천연림이 어우러져 한겨울에도 먹빛 푸르름을 머금었고, 100여m 가까운 높이는 거대한 성채처럼 방문자를 압도한다.
 한발 더 들어섰다가는 다시는 바깥세상으로 돌아가지 못할려나, 행여 턱수염 더부룩한 임꺽정이나 장길산의 부하들이 철퇴를 들고 튀어 나올 듯, 흡사 여기는 이승에서 저승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듯, 골체 안의 세상은 틀림없이 바깥세상과 다른 세상이었다.
 바깥세상은 인간이 골체를 흔드는 곳이라면 체오름의 분화구 안은 신(神)이 친히 골체를 들고 인간들을 고르는 신의 땅이었다. 그래서 어느 누구든지 이 거대한 성벽 앞에 서면 골체오름에 제압당하여 스스로 우리는 나약한 미물(微物)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살면서 가끔은 체오름에 들려 그 높은 성벽을 쳐다볼 일이다. 오름이 많기는 하지만 이런 오름까지 있었다니, 이런 탄식이 절로 나오게 된다.


김동일 객원기자 tapng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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