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in&人] 생채기에서 돋아난 제주 속살 그리다 '강요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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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한지숙 자유기고가
  • 17.06.15 08: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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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채기에서 돋아난 제주 속살 그리다 강요배 화백

 

 

 

그는 1952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76년 제주 대호다방에서 첫 개인전 ()’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민중미술 1세대 화가로서 현실과 발언동인 활동과 제주의 자연과 역사를 그린 화가로 주목받아 왔다.

 

2016년에는 그의 지나온 인생동안 일궈낸 작품들을 총망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큰 규모의 개인전을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기도 했다. 10대에 그린 조카와 나라는 그림에서부터 청년기의 자화상’, 60대까지 일궈낸 그의 작품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대중들에게 선을 보인 것이 매우 흥미로운 전시회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처음이었던 만큼 관람객들에게는 물론 강요배 화백 자신에게도 지나온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뜻 깊은 자리가 되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세상을 모방하고 학습하는 10대의 시절을 지나 치열하게 삶을 고민했던 20대에는 문학과 철학에 심취하고 태극문양을 비롯한 기하학적 형상들을 이용하여 우주와 자연을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짧은 인생경륜에서 오는 한계에 부딪혀 또 따른 고민에 휩싸이기 쉬었던 20대 그의 그림은 막연한 블랙홀 덩어리 같았다고 화가 스스로 회상하기도 한다.

 

그러던 그의 그림이 30대에 들어 또 다른 큰 변혁기를 맞이한다. 제주민들에게 결코 잊혀 지지 않는 상처와 아픔으로 남아있는 4.3항쟁의 속살을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사실, ‘강요배라는 흔치 않은 이름 석 자에도 아픈 역사적 사연이 깃들여 있다. 2012년 출판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보면 4.3항쟁의 양민학살 당시 지금 제주공항인 정뜨르에 토벌대가 수 백 명의 주민들을 호명할 때 김철수라고 불러 동명을 가진 여러 명이 나오면 누구인지 가려내지도 않고 그 사람들 모두를 그냥 처형해버렸다고 한다. 그 때 요배 아버지는 내 아들 이름은 절대로 동명이 나오지 않는 독특한 이름으로 지을 것이라고 마음먹어 형제의 이름을 강거배, 강요배로 지었다고 전해진다.

 

1988년 모 일간지 창간기념으로 연재된 현기영 소설 바람타는 섬의 삽화를 그리면서 강요배는 본격적으로 4.3항쟁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1989년에는 경기도의 한 농가에 작업실을 꾸며 3년간 더욱 치열하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50여점의 4.3역사화가 탄생되었다. 피로 물든 표선백사장을 형상화한 그림 붉은 바다를 비롯하여 광풍’ ‘한라산 자락 백성’ ‘천명등 강요배의 역사화는 한 점 한 점이 의미심장하다.

 

특히 그의 그림 동백꽃 지다는 동백꽃이 통꽃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섬뜩하리만큼 안타깝게 그려져 있는데, 자세히 보면 토벌대가 눈밭에서 작두로 목을 자르는 모습이 숨은 그림처럼 그려져 있다.

 

 

 

그의 역사화는 제주는 물론 전국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여러 지역에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그 이후, 그는 민중미술로써의 역사화를 어느 정도 일단락 짓고 타지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40대가 되어 제주로 완전히 귀향했다. 제주에 정착하며 그의 그림은 또 다른 변환점을 맞이했다. 마침내 어머니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살을 부비는 자식처럼 제주의 자연을 만끽하며 인간과 자연, 생명과 우주적 세계관으로써의 제주를 그림으로 담아내고 있다.

 

제주도에 살며 애정 어린 눈으로 그 땅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에게만 열어 보여주는 제주의 속살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바람으로 어지러운 제주의 하늘을 빠른 붓질로 그려낸 풍천’, 한라산 백록담을 그린 움부리’, 제주의 역사와 신화를 주제로 한 자청비’, 땅과 하늘과 구름이 열린 세계 백로즈음’, ‘백경등이 있다.

 

귀향 후 그가 그린 그림들은 , 물리학, 수학, 지질학, 주역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관한 모든 공부를 하고 있다는 작가의 말이 오롯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이 있다. 이제 환갑을 훌쩍 넘긴 그가 더욱 농익은 시선과 붓질로 제주의 우주적 생명의 본질과 자연의 기운을 어떻게 화폭에 계속 담아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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