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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는 꽃

    요즘 날씨는 산책하기 딱 알맞은 계절이다. 제주의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이 섬은 시원하고 선선한 바람이 온종일 부드럽게 섬을 관통하고 있다. 마을 어귀를 산책하는데 한 무리의 어린 친구들이 지나간다. 교복을 입고 앳된 얼굴로 보아 이제 열일 곱쯤 되었을까? 아이들은 무엇이 그렇게 즐거울까? 어린 숙녀들의 웃음소리는 듣기만 해도 재미있다. 문득 저 나이 때의 나의 지난 시절을 떠올려 본다. 또래의 친구만 곁에 있다면 뭐든 즐겁고 재미있었던 시기, 그 시절의 나도 저렇게 웃음을  [제주교차로 - 19.06.20 09:19:38]

  • 엄마를 닮은 꽃기린

    홍대 살 때 집 근처 작은 꽃집에서 구매해서 키우던 꽃기린, 제주에 내려오면서 다른 반려식물들처럼 함께 가져왔었다. 그러니까 이 아이는 나와 약 8년 정도의 시간을 함께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날 달빛창가302호 손님이 보고는 저 아이는 무언가요? 물었을 때 “꽃기린”이라고 답하니 여태 보던 아이들과 다르게 생긴 것 같다며 넌지시 꽃기린을 바라보았다. <그렇겠지요, 벌써 7년이 다 되어가요. 물론 처음에는 이렇게 생기지 않았지요. 그래도 봄이 되면 작고 여린 분홍색,   [제주교차로 - 19.06.06 09:41:55]

  • 고양이와 사는 법

    길을 가다 문득 발걸음을 멈춘다. 족히 아흔은 되어 보이는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마당에 있는 그릇에 사료를 덜어내고 계신다. 그 곁에는 길고양이로 보이는 고양이 서너 마리가 야옹거리며 울고 있다. 할머니께 여쭤보니 키우는 건 아니고 이렇게 가끔 밥하고 깨끗한 물을 주는데 와서 먹고 간다고 한다. 처음에 아기 고양이가 하도 울어서 밥을 주기 시작했더니 어디서 여러 마리가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가끔씩 나이 드신 분들은 고양이들을 내쫓는 모습만 보다가 그 모습을 보니 할머니 얼굴도   [제주교차로 - 19.06.03 09:37:12]

  • 이웃집 할머니

    시내에 일을 보러 나간 사이 집 앞 마당에는 이제 막 뽑은 듯한 무언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시금치다! 집 앞 밭주인 할머니가 요즘은 시금치를 재배중이신데, 이제 막 뜯어온 시금치를 마당에 두고 가신 것 같다. 할머니는 자주 그렇게 먹을 무언가를 두고 가신다. 우리집 앞은 이웃 할머니의 밭인데, 이곳이 꽤 넓고 확 트여 있어서 집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이 초록초록하니 참 고즈넉하다. 5월이 되면서 한낮은 제법 해가 뜨거워졌다. 나는 이따금 앞 밭주인 할머니 할아  [라라 여행작가 - 19.05.16 09:37:58]

  • 딱 필요한 만큼의 행복

    일 년 전쯤인가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리메이크한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가 개봉했었다.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온 주인공 혜원은 정성스럽게 밥을 하고 농작물을 키우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지낸다. 한동안 이 영화가 개봉되고 소박하지만 잘 먹고 행복하게 사는 것의 화두를 두고 주인공 혜원처럼 젊은 친구들의 시골의 삶이 이슈화되기도 했다. 그만큼 도시의 빠르고 바쁜 삶은 사람들을 쉽게 지치게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 고향의 개념을   [라라 여행작가 - 19.05.07 09:35:14]

  • 여행자의 품격

    좋아하는 도시 독일의 베를린에서 손님이 왔다. 그녀의 이름은 메렛. 성형외과 인턴 과정을 위해 한국의 모 병원에서 4주간의 인턴과정을 마치고 그녀의 엄마와 이모가 한국에 와서 함께 여행 중이라고 했다. 그녀는 서울과 부산을 거쳐 마지막으로 제주에 도착했다. 애초 서울과 부산만 여행할 계획이었던 그녀는 병원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들이 다른 데는 몰라도 제주도를 꼭 가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녀는 그렇게 제주의 애월읍 하귀리의 우리집에 도착했다. 프랑크 푸르트에서 온 이모는 렌터카를  [라라 여행작가 - 19.04.18 09:30:49]

  • 나의 봄 손님

    코끝이 알싸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날씨가 제법 많이 풀렸다. 아침이 되면 거실의 창문과 손님의 방으로 봄 햇살이 맹렬하게 쏟아졌다. 그리고, 그렇게 햇살이 따뜻했던 봄날 기다리던 나의 봄 손님, 혁수가 드.디.어 제주에 찾아왔다. 기다리던 손님은 오지도 않고 타인의 방문이 더 많았던 그쯤, 커다란 가방을 들고 혁수가 제주도에 도착했다. 우리는 그간의 세월은 아랑곳없이 바로 오일장으로 나가 장터에서 꼼장어와 한라산 소주를 마시며 길고 긴, 또는 짧디 짧은 서로의 삶을 이야기한다. 돈  [라라 여행작가 - 19.04.04 10:07:09]

  • 사라진 벚꽃 나무

    제주의 3월은 찬란하다. 생명이 잉태되는 찬란한 순간 만물은 변화한다. 말을 걸고 생에 물음을 던지는 시기 봄. 그렇다. 봄은 시작하는 모든 것의 첫걸음 같다. 나의 작은 정원은 크고 작은 생명들이 태어났다. 느닷없이 노란 수선화들이 언제 거기 있었는지 꽃을 피우고, 이웃의 매화나무는 느닷없이 팝콘 터져 나오듯 팡팡! 그 여린 꽃잎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면 여기저기 어느새 색이 입혀지고 꽃망울을 터트리고 초록이 더욱 진하게 눈을 뜬다. 제주는 봄이 오면   [라라 여행작가 - 19.03.22 09:38:28]

  • 따르릉 편지 왔어요

    집에 전화기를 설치했다. 이 전화는 따르릉 벨이 울리면 전화기 안의 내장된 두 개의 황동공을 쇠구슬이 치고 울리면서 소리가 나는데, 1970년대식 아날로그 벨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전화가 없으면 불편한 사람이 누구일까? 요즘 같은 1인 1전화기를 소유하고 사는 시대에는 전화기가 없는 사람보다 전화기를 가진 사람이 더 불편할 것이다. 제주에 내려와 살면서 한때 나는 작정하고 휴대폰 없이 2년을 살았다. 전화가 없어지자 나는 비로소 평화로웠다. 생각해보면 불편한 건 내가 아니라 그  [라라 여행작가 - 19.03.07 09:58:35]

  • 2019년 어느덧 제주살이 7년차

    올겨울은 참 따뜻하다. 이렇게 겨울이 가는 걸까? 겨울의 정취를 느끼기도 전에 봄을 맞을 생각을 하니 아쉽기도 하다. 작년 겨울은 제주에서 보기 드문 눈이 펑펑 쏟아졌다. 그때는 눈이 채 녹기도 전에 또 하염없이 눈이 내리고를 반복했었다. 그 덕에 한라산은 얼마나 멋있었는지, 1100고지는 마치 북유럽 어딘가처럼 이국의 정취가 물씬 풍겼고, 멀리 가지 않아도 나의 집 앞은 그저 소담스레 돌담에 쌓인 눈으로 아름다웠다. 한 해 한 해 내가 나이를 먹듯 세상 만물이 변하듯, 날씨도   [라라 여행작가 - 19.02.13 09: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