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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사랑 오일장

    어쩌다 손님이 없는 날이면 나는 더 바쁘다. 그동안 지치고 힘들어서 미루거나 하지 못 했던 일들을 바지런히 하는 유일한 날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때마침 내가 좋아하는 제주시 오일장이 맞물리는 날에는 이른 아침부터 내 가슴은 두근거린다. 아. 얼마나 가고 싶었던 오일장이란 말인가. 특히나 오늘처럼 그동안의 황사가 사라지고 찬란한 빛이 들어오는 아침이면 나의 거실은 빛나는 햇살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이건 이 집의 치명적인 매력이다. 밀린 빨래며 이불을 정리하고 화장실 청소까지 마친  [라라 여행작가 - 19.02.22 09:28:32]

  • 남의 밭에 들어가지 않는 예의

    서귀포의 어느 관광지에 갔을 때였다. 대형버스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더니 주변을 둘러보다가 귤 밭을 발견했다. 시기상 파치들을 따서 나무 아래로 떨어뜨려 놓았는데 그걸 본 누군가가 먼저 서슴지 않고 돌담을 넘어 귤 밭으로 들어갔다. 그 사람은 노다지라도 캐는 듯이 떨어진 귤을 한아름씩 주워 담 밖에 있는 일행들에게 건넸다. 그걸로 부족했는지 몇 사람이 더 담을 넘어와 귤을 챙겨갔다. 공짜로 귤을 얻은 사람들은 얼마나 신이 나는지 뒤에서 우리 차가 오는데도 피할 생각이  [이현진 객원기자 - 18.01.11 09:03:01]

  • 매일 파치 귤을 먹는 이유

    매일 파치 귤을 먹는 이유 육지에서 갑작스레 직장을 버리고 제주도로 이주를 결심했을 때, 지인들은 한라봉 농장주와 결혼이라도 하는 거냐고 물었다. 이 섬에 아무 연고도 없던 그때는 웃어 넘겼다. 그로부터 2년 후. 비록 한라봉은 아니지만, 농장주도 아니지만, 귤농사를 짓는 남자와 어쩌다 보니 진짜 결혼을 했다. 그래서 나 역시 귤 밭의 노동자가 되었다. 연애 초반에는 귤 밭 옆에 파라솔을 펴고 독서나 하고 있으라 더니, 남편은 이제 나에게 귤 가위를 쥐여준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  [이현진 객원기자 - 17.12.21 08:56:23]

  • 아파트 싫어 온 제주에서 또 아파트

    아파트 싫어 온 제주에서 또 아파트 “제주에 집 빌려주는 거, 얼마나 해? 아들이랑 잠깐 내려가 살아보게.” 서울에 사는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나도 몇 개월 전에 신혼집을 구했기에 나름 최신 부동산 시세를 알고 있었다. 어린 아이와 둘이 살기엔 원룸이나 작은 투룸이 임대료나 관리면에서나 적당하다. 하지만 밤새 우는 아이 때문에 이웃주민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친구는 독채로 된 집에서 잠깐이라도 편하게 쉴 수 있기를 원했다. 나도 2년 전 제주도로 내려오며 그런 집을 원했었다. 그  [이현진 객원기자 - 17.10.26 08:45:45]

  • 벌레와 싸울 것인가, 살 것인가

    벌레와 싸울 것인가, 살 것인가 지난 밤 내내 왕달팽이 괴물에게 쫓기는 꿈을 꿨다. 제주도 중산간마을 목조주택에 살며 많은 벌레를 만나고 싸워왔지만, 하다 하다 달팽이까지 가세할 줄은 몰랐다. 요 며칠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밤마다 세면대에 달팽이가 출현하고 있다. 수건으로 발을 닦고 나온 엄마의 종아리에 거무죽죽하고 기다란 생물체가 쩍하고 붙어 있던 것이 첫 대면이었다. 거머리인 줄 알고 떼어내려 거의 탈춤을 추듯이 뛰었는데, 껍데기도 없이 풀어헤쳐진 민달팽이었다. 그것도 어른 검  [이현진 객원기자 - 17.09.21 08:45:11]

  • 제주도 한바퀴 1200원, 실화냐

    제주도 한바퀴 1200원, 실화냐 처음 제주도로 이사 왔을 때 이웃집에서 도움이 될 거라며 버스시간표를 건넸다. '설마 이게 전부인가?'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게, 집 앞을 지나가는 버스가 하루에 딱 3번 있었다. 오전 7시, 오후 1시 반, 오후 5시 반. 굳이 시간표를 갖고 있지 않아도 외우면 될 정도로 너무 간결했다. 물론 그 버스는 더 여러 번 운행했지만, 우리 동네 정류장를 지나서 가는 건 정말로 그게 다였다. 집에 가는 버스와 같은 번호인데 집에 가지 않는 버스, 5시  [이현진 객원기자 - 17.09.14 08:38:20]

  • 관광객 찾지 않는, 그곳이 명소

    관광객 찾지 않는, 그곳이 명소 “현지인이 가는 곳 알려줘!” 제주도 살면서 이곳에 놀러 오는 지인들에게 가장 빈번하게 듣는 요구사항이다. 같은 나라 안에서 현지인이니 외지인이니, 들을 때마다 좀 거창해서 실소가 나오지만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 것 같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곳이 아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찾는 알짜배기 장소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겠거니. 개인적으로는 현지인의 핫플레이스라는 게 별 거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관광객들이 몰리지 않아 한적한 곳, 터무니없이 많은   [이현진 객원기자 - 17.08.10 09:29:43]

  • 효리네 민박이 아니니까

    효리네 민박이 아니니까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가 말한다. “제주에 사니 좋겠다.” 그냥 인사말이 아닌 게, 몇 번이고 “나도 제주에 살고 싶다”고 한다. “회사 다니기 힘들다”는 밥벌이의 힘겨움이 전제되어 있다. 제주에 이사 온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지인들은 여전히 이곳에 살고 있는 나를 부러워한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놀러 오는 곳이라 그런가. 나도 놀러올 때는 그런 마음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섬이라면 여행 온 기분으로 365일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이현진 객원기자 - 17.07.27 08:45:38]

  • 여기가 강남이로구나

    여기가 강남이로구나 키우는 강아지의 집을 확장했다. 모견인 비글이 중형견이라 그에 맞는 크기의 개집을 샀는데, 부견이 진돗개라는 걸 간과하고 있었다. “이제 다 자랐을 거야”라는 가족들의 예상을 매달 보란 듯이 깨뜨리며 폭풍성장한 개 ‘완이’를 위해 아버지가 나무파레트로 데크를 만들어주었다. 무려 2개를 이어 붙였기 때문에 큰 덩치로 이리저리 뒹굴어도 될 만큼 넓어서 좁은 집에 대한 아쉬움을 덜었다. 빨간 지붕의 단독주택에 넓은 나무테라스, 조경수가 심어져 있는 정원. 완이의 집  [이현진 객원기자 - 17.06.07 08:20:25]

  • 영실의 망모석(望母石), 오백장군

    영실의 망모석(望母石), 오백장군 제주에 올 때마다 꼭 들르는 곳이 한라산 영실이다. 한라산에 이르는 모든 길의 경치가 절경이지만 영실 코스가 그중에서도 으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교적 짧은 코스여서 서두르지 않고 아주 천천히 올라가도 시간이 넉넉하다. 산을 잘 타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안성맞춤인 셈이다. 탐방로 입구에서부터 걸으멍 쉬멍 두 시간 정도 오르다 보면 산등성이에 즐비하게 늘어선 500개의 돌기둥, 영실기암이 보인다. 영실은 석가가 제자들에게 설법하던 영산과 비  [이미경 객원기자 - 17.06.01 08:4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