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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병 VS 서울 병

    차츰 겨울이 다가오면서 해가 더 짧아져 6시만 돼도 마을은 어둠으로 뒤덮인다. 엊그제 올려다 본 밤하늘에는 둥그런 달이 손을 뻗으면 마치 가까이 있는 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무 위에 앉아 있었다. 내가 사는 하귀리는 아무래도 공항과 가까워 비행기가 지나는 하늘길이 있어 이따금 야간 비행을 하는 비행기 불빛을 볼 수 있다. 그 옆에 작은 별 하나, 둘, 셋. 제주의 밤은 어둡기 때문에 달도 별도 도시보다 더 빛나고 고요한 정적속에서 존재가치를 명확히 알려준다. 제주의 밤이 고요  [라라 여행작가 - 19.11.21 09:58:31]

  • 어디로 갔을까

    몇 년 째 잘 쓰고 다니던 밀짚모자가 사라졌다. 촘촘하게 엮어 만든 두터운 밀짚모자는 수년 전 남미 여행을 할 때 페루 쿠스코의 어느 작은 시장에서 여행자의 마음을 한눈에 뺏어가 지갑을 열어 모자를 사게 했다. 그 모자는 흔히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재질로 꽤 탄탄하고 무게감 있는 챙이 꽤 넓은 모자였다. 여름날만 해를 가릴 용도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봄여름 할 것 없이 사시사철 모자를 쓰고 동네 마실을 다니고 한라산에 오르고, 오름을 오르고, 밭 일 할 때, 집 밖의 페인트를 칠  [라라 여행작가 - 19.10.21 09:33:37]

  • 반짝하고 존재감을 알리는 청귤

    제주는 봄이 오면 마을 곳곳 귤나무 꽃이 피어 그 귤꽃 내음이 여기저기에서 기분 좋게 바람에 날아와 마을은 마치 향수라도 뿌려 둔 것처럼 은은하고 향기롭다. 추석이 끝나고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었다. 하늘은 더없이 높고 청명하다. 이맘때는 청귤이 잠시 나오는 짧은 시기. 언제부터인가 청귤을 가지고 청을 담그는 일은 일 년에 한 번쯤은 꼭 하는 일이 되었다. 레몬보다 천연 비타민C가 열 배나 풍부하다는 청귤. 올해도 어김없이 유기농 농법으로 귤 농사를 짓는 청년 농부 한림읍의 조군  [라라 여행작가 - 19.09.20 09:25:07]

  • 추억의 물건들, 레트로

    필요한 것만 소비하며 사는 삶을 지향한다. 굳이 없어도 될 물건을 충동구매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쁘고 멋진 디자인 넘치는 물건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정신 줄 잠시 놓았다가는 나도 모르게 장바구니에 쓰지도 않을 <예쁜 쓰레기>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유혹의 물건들, 예쁘고 작고 앙증맞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들, 눈으로 보기만 해도 흐뭇한데 소유한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일까? 내게는 어릴 적부터 간직해 온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어쩌면 그것은 옛날의 추억이 새겨져  [라라 여행작가 - 19.09.05 18:01:16]

  • 여름의 끝자락

    맹렬하게 달려온 여름도 이제 막을 내리나보다. 늦은 밤, 창문을 열고 누워 있으면 창밖으로 들려오는 풀벌레 우는 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솔솔 부는 바람도 어느새 시원해져 이불을 끌어당겨 덮게 되는 계절이다. 여름 내내 바다수영을 하며 지냈던 몸은 어느새 까맣게 타버렸다. 눈가의 주름은 하나 더 늘어나고 여름날의 바다는 언제나 그렇듯 역동적이고 뜨겁다. 이제 바다수영도 내년을 기약하며 오리발과 스노클링 장비도 다시 정리해 창고에 잘 가져다 둔다. 거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  [라라 여행작가 - 19.08.30 09:26:27]

  • 나도 이젠 그러려니 산다

    제주에 처음 왔을 때 살던 곳은 신제주의 어느 연립주택이었다. 오래된 주택가 주변으로 고깃집이며 식당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바퀴벌레 같은 벌레가 종종 출몰했다.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오자 밤이 되면 길거리에 이따금 새끼손가락만 한 큰 바퀴벌레가 더 자주 보였다. 그건 흡사 내가 인도나 동남아 여행 중에 보던 크기와 맘먹을 정도로 비슷했다. 날씨가 서울과는 다르니 바퀴벌레도 스케일이 다른가 보다 하며 놀라워했었다. 호주에 살 때는 바퀴벌레가 날아서 3층 주택으로 날아오르기도 했다.   [라라 여행작가 - 19.08.20 09:19:51]

  • 여행의 이유

    방울방울 땀방울이 얼굴에 흐른다. 조금만 걸어도 뜨거운 태양 아래 뚜벅이 여행자는 걷는 것인지 태양 아래 목적지를 향해 맹렬히 도망가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7월, 올해는 작년보다 더위가 늦게 온 감이 있지만 역시 여름은 또 더워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 우리집에 찾아오는 여행자들도 렌터카를 빌리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걷거나, 빌린 오토바이로 다니는 여행자들로 나뉜다. 우리는 왜 떠나는 것일까? 휴가철이 다가오며 분주한 사람들의 여행 계획 속에 제  [라라 여행작가 - 19.08.05 09:39:58]

  • 배달음식의 로망

    시내에 사는 친구가 잠시 우리 마을에 놀러왔다. 친구는 제주가 너무 좋아서 서울에서 내려와 한 달 살기를 할 요량으로 집을 구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제주도가 너무 좋아서 단 한 달이라도 살아보겠다며 그가 구한 집은 아이러니하게도 제주도 안에서도 큰 건물에 둘러싸여 차 많고, 편리함으로 무장한 제주 시내였다. 밤늦은 시간 도착한 친구와 뭐라도 먹을까 알아보고 있는데 친구가 간단하게 배달 음식이나 시켜 먹자고 한다. 친구는 “너희 동네는 그래도 배달 음식이 가능한가 봐? 짜장면 짬  [라라 여행작가 - 19.07.23 08:49:43]

  • 사라진다는 것

    좋은 인상에 인자하게 웃으시던 옆집 아저씨가 한동안 보이지 않는다. 뒷마당에서 빨래를 널 때 간혹 마주치기도 했던 아저씨와는 늘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이웃이었다. 우리보다 먼저 와 이 마을에 자리 잡았으니 꽤 오래 제주 생활을 하신 듯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일본에서 살다 제주로 이주하신 걸로 알고 있는 이웃이다. 처음 이 마을에 정착해 살아가면서 텃새 아닌 텃새가 있어 힘들었다는 이야기도 오래전에 들었다. 그래서인지 아저씨는 마을에서 조용조용하게 살아가는 듯했다. 아저씨는  [라라 여행작가 - 19.07.08 09:41:08]

  • 너는 꽃

    요즘 날씨는 산책하기 딱 알맞은 계절이다. 제주의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이 섬은 시원하고 선선한 바람이 온종일 부드럽게 섬을 관통하고 있다. 마을 어귀를 산책하는데 한 무리의 어린 친구들이 지나간다. 교복을 입고 앳된 얼굴로 보아 이제 열일 곱쯤 되었을까? 아이들은 무엇이 그렇게 즐거울까? 어린 숙녀들의 웃음소리는 듣기만 해도 재미있다. 문득 저 나이 때의 나의 지난 시절을 떠올려 본다. 또래의 친구만 곁에 있다면 뭐든 즐겁고 재미있었던 시기, 그 시절의 나도 저렇게 웃음을  [제주교차로 - 19.06.20 09:19:38]